내 인생의 첫 직장인 국토연구원에서 35년을 보내고 얼마 전 은퇴했다.
그동안 정말 국책연구기관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수많은 국가 인프라 구축사업의 기본계획과 타당성조사, 그리고 시범사업을 관리하면서 축적된 지식과 노하우를 이제 전 세계 150개 개발도상국들과 공유하기 위한 제2의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붐비는 고속도로의 타당성 조사를 수행하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은 도로다. 1기 신도시들을 연결하고 서울시의 교통혼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하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8차선 고속도로의 타당성을 분석하기 위해 구간별 교통량을 예측하고 경제성을 분석하여 건설부에 제시하였다. 이때 제시한 노선 그대로 8차선 고속도로가 완공되어 그 많은 자동차를 나르는 모습을 보며 내가 하는 일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국토 인프라에 첨단정보통신기술을 입히다
1980년대와 90년대는 자동차 보유대수의 폭발적인 증가로 엄청난 교통혼잡을 전국 곳곳에서 겪었던 시절이다. 물리적 시설공급만으로는 역부족이었던 이 문제를 첨단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해결하고자 등장한 것이 ‘지능형교통시스템(Intelligent Transport Systems; ITS)’이다. 건설부의 의뢰로 ‘국가 ITS 기본계획(1997)’을 수립하고 표준화 사업을 추진하여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ITS 단체표준을 보유하는 데 일조했다. 실무적으로는 2002 월드컵 준비를 위해 2년간 전주에서 ITS 구축 사업관리를 하면서 그 많은 전주의 맛집을 순례하였다. 이제 우리는 세계 최고의 네비게이션 및 이동정보 서비스(Mobility as a Service:MaaS)를 자랑하고 있다.

스마트 시티와 캠프를 위해 남수단, 탄자니아까지 가보다
전 세계 150여 개의 개발도상국들이 현재 급속한 도시화로 인한 교통, 환경오염, 재난, 범죄 등의 도시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제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교통뿐만이 아니라 도시문제 전반에 걸쳐 적용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스마트시티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더욱이 이를 UN 평화유지군 캠프까지 적용하기 위해 남수단까지 가서 적용가능성을 진단하고 탄자니아 도도마라는 도시에 가서는 세종시와 같은 신행정수도로서의 발전가능성을 진단했다. 이 모든 일이 국책연구기관이 아니고서는 어떻게 가능했겠는가. 값진 도전과 담금질의 기회를 부여해 준 내 평생직장 국토연구원에 대해 무한한 감사를 표하고 애틋한 사랑을 품는다.
기사는 어떠셨나요?
이 기사에 공감하신다면 ‘공감’버튼으로 응원해주세요!
독자 여러분께 더 나은 읽을거리를 제공하는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