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에서 정책으로  

레그네비게이터, 원클릭 규제검색 서비스

황하한국행정연구원 인공지능규제TF장 2024 여름호

오래전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유행을 했었다. 남자와 여자는 달라도 너무 달라서 서로 다른 행성에 온 외계인들이라는 것이다(소설이 아니다. 연애서이다). 서로 다른 외계인들은 연애하기 위해, 그리고 가정을 이루기 위해 서로에 대해 알아가야 한다. 다학제 연구도 연애만큼이나 어렵고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 한다. 인문계와 이공계 학자의 언어와 사고방식 차이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보다 크다. 이들이 융복합 연구를 위해 만난다면 어떨까? 규제와 인공지능의 결합, 레그네비게이터의 개발 과정은 서로 다른 학제를 이해하고 수용하며, 설득하고 타협하는 과정이 었다.

찾고자 하면, 잘 알지 못해도 알아서 찾아주는

지금까지의 규제연구는 '좋은 규제(Better Regulation)'를 만드는 데 집중해 왔으며, 현정부의 규제 완화와 유연한 규제로의 전환도 이 노력의 일환이다. 문제는 아무리 좋은 규제라도 피규제자가 이를 모르면 지킬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인공지능 등 이머징 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기존 규제 체계로 판단하기 어려운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 국제적 팬데믹 같은 난제로 중복 규제, 상충 규제, 규제 공백 등의 문제가 생기고 있다. 즉, 규제 순응의 기초 단계인 '지켜야 할 규제의 확인'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행정규제기본법」에서 규제를 등록하여 관리하도록 하고 있으며,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와 규제정보포털(better.go.kr)에서 등록된 행정규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정보플랫폼에서 피규제자가 원하는 규제정보를 찾기란 쉽지 않다. 스타트업의 경우 해당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규제가 어떤 법령에 포함되는지를 미리 알아야 하며, 정확한 용어를 사용해야만 검색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거나 법률사무소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우리 연구진은 인공지능 시대에 적합한 ‘규제정보 전달 체계(Regulatory Information Delivery System)’의 필요성에 공감했으며, 피규제자가 규제정보를 잘 몰라도 인공지능이 원클릭으로 찾아주는 공공서비스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레그네비게이터의 구조

대화형 규제정보 검색 시스템

레그네비게이터는 챗지피티(ChatGPT)와 유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가진 ‘대화형 규제정보 검색 시스템’이다. 법령정보를 기반으로 응답하는 ‘검색증강생성(Retrieval AugmentedGeneration)’ 시스템을 사용해 허위정보 생성(Hollucination)을 방지한다. 이 시스템은 기획-개발-배포-관리가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데브옵스(DevOps) 방식의 에자일(Agile) 시스템이며, 다양한 생성형 인공지능이 적재적소에 적용-관리-고도화되는 엘엠옵스(LLMOps) 시스템이다. 또한,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icroservice Architecture)를 기반으로 모듈화된 서비스로 기능 확장 및 새로운 서비스 구축이 용이하다.

레그네비게이터는 2024년 6월 현재 클로즈드 베타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연말까지 두 차례의 스프린트를 통해 고도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부족하지만 2025년에는 오픈 베타 서비스로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레그네비게이터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범용 서비스로 사전훈련된 루트모델(root model)에 비유할 수 있다. 이는 레그네비게이터에 추가적인 학습을 시키거나 데이터베이스, MSA 모듈 등을 장착하여 특정 영역에 특화된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마치 루트모델을 파인튜닝하여 특정 영역에 특화된 LLM을 만드는 것과 같다. 연구진은 레그네비게이터에 기반한 다양한 부처의 규제·법률 관련 행정서비스를 구축하고 운영 및 유지·관리하는 것을 중장기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 레그네비게이터의 초기 화면은 사용자가 입력란에 원하는 정보를 입력하고 엔터를 누르면 실행되는 구조로 최근 유행하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의 형태이다.

예를 들어 레그네비게이터에 “산업 폐기물 처리에 관한 규제”를 입력하면 답변을 얻을 수 있다. 먼저 ‘요약’에서는 관련된 주요한 조항의 내용을 출처와 함께 제시하고, ‘하나로 정리한 답변’에서 위의 내용을 정리하여 종합적인 답변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측에는 참고한 조항들이 나타난다. 질문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조항은 응답 내용에서 표출하지 않는다. 관련된 조항이 훨씬 많을 수 있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의 맥스토큰한계(maxtokenlimit)로 인해 순차적으로 몇 번에 나누어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아래 그림의 “+조문더보기” 버튼을 클릭하면 추가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조항을 클릭하면 해당 조항의 내용과 함께 이와 연결된(참조, 위임, 별표, 서식 등) 규제정보를 함께 볼 수 있다.

레그네비게이터의 초기 화면과 실행 화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정부의 혁신, 정책의 혁신을 위해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의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다양한 서비스가 연구 및 행정업무 보조에서 대국민 행정서비스까지 확대될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소속기관들은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여 싱크탱크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첫째, 인력 확보가 어렵다. 데브옵스(DevOps) 또는 엠엘옵스(MLOps)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하지만, 현재 이런 직렬로 인력을 채용할 수 없고 관련 인력을 유인할 임금 및 보상체계도 부족하다. 둘째, 국가 R&D 참여요건 제한이 있다. 부처나 국민을 위한 서비스 개발에는 국가 또는 부처의 R&D 예산이 필요하지만,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기관은 수요처로 인식되어 간접비를 편성하기 어렵다. 정부는 민간이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발’하고 정부는 이를 ‘활용’해 행정혁신을 이룬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듯하다. 셋째, LLM서버 등 관련장비 확보 및 관리의 어려움이 있다. 정보보안과 유지관리의 이유로 오픈소스 LLM을 로컬에서 파인튜닝하고 자체적인 LLM 서버를 구축하려는 추세이지만, 기관 차원에서 이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리스크와 업무 부담이 크다. 넷째, 연구자들에 대한 인센티브가 부족하다.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과정에서 발생하는 특허와 서비스 운용 수익에 대한 충분한 인센티브 없이는 연구성과가 축적되기 어렵고, 이는 유능한 인력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 레그네비게이터의 개발과정은 전술한 어려움들을 맞닥뜨리며 나아가는 과정이었다. 기술하지 못한 어려움들이 더 많았으리라는 것은 독자들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회와 기관들이 함께 이러한 어려움들을 개선해 나가기를 바라며, 이후의 연구자 또는 연구그룹들은 보다 나은 환경에서 정부의 혁신, 정책의 혁신을 위한 열정을 불태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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