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Ⅰ   상생과 공동번영, 아세안 싱크탱크의 도약

‘아세안 중심성’ 확보를 지원하는 아세안의 싱크탱크

조원득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  연구교수 2022 가을호

미·중 경쟁 심화에 따라 가속화되는 강대국 정치의 중심에 놓인 대표적인 지역은 동남아시아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강대국과의 관계 속에서 생존 전략으로 되도록 많은 주요국을 아세안 주도의 다양한 협의체와 양자 협력 네트워크에 끌어들여 자율적 공간을 끊임없이 모색하면서 아세안 중심성 확보에 노력해왔다. 아세안은 집단적·국가적 차원을 넘어 아세안 내 싱크탱크를 통해 공식 대화·협력 채널을 보완하고 주요 현안에 대한 학문적 논의와 정책 제안을 한다.
아세안 내 외교안보 싱크탱크는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나뉘는데, (1) 아세안의 외교안보 싱크탱크 네트워크인 아세안 전략국제문제연구소(Institute of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ISIS) 네트워크(이하, ‘아세안 ISIS’), (2) 아세안 개별 국가의 정부 지원 및 민간 싱크탱크 등이 대표적이다.

아세안 외교안보(ISIS) 싱크탱크 네트워크

아세안의 싱크탱크는 다른 서방의 싱크탱크와 달리 대체로 각 국가의 정치 엘리트 및 국가 기관과 공식적·비공식적 관계를 맺고 있으며 정부의 지원과 후원을 받아 설립·유지된다. 특히 1967년 아세안 출범 이후 1970~80년대에 걸쳐 아세안 통합을 위한 움직임이 천천히 진행되면서 지역적 차원의 정책분석 수요가 증가하였다. 당시 아세안 협의체를 운영하는 아세안 사무국은 정책연구와 자문기능을 수행할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아세안 내 정책연구와 자문기능 역할을 수행할 싱크탱크가 필요한 상황에서 아세안의 주요 외교안보 싱크탱크로 이루어진 아세안 ISIS 네트워크가 비정부기구로서 출범하였다.
1988년 결성된 아세안 ISIS는 인도네시아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말레이시아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필리핀 전략개발연구소, 싱가포르 국제문제연구소, 태국 안보국제문제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초기 창립 회원으로 시작하였다. 1990년대 이후 아세안 회원국 확대에 함께 아세안 ISIS도 베트남 국제관계연구소(현 베트남 외교아카데미), 캄보디아 협력평화연구소, 브루나이 정책전략연구소, 라오스 국제관계연구소를 새로운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아세안 ISIS는 전문가 간의 협력을 장려하고 동남아시아의 평화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한 정보 교류와 정책 논의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동남아시아 국가 간 공식적인 트랙 1 외교를 보완하는 트랙 2 외교의 플랫폼 역할도 해왔다. 아세안 ISIS는 주요 지역 현안에 대해 정책 논의를 하고 아세안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공공외교 역할도 수행한다. 아세안 ISIS는 중국, 일본, 한국, 대만, 인도, 유럽 등 여러 주요국의 싱크탱크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중요한 지역 이슈에 대해 정책적 논의를 수행한다. 아세안 ISIS는 1993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 고위관리회의와 별도로 열린 아세안 ISIS의 기관장과 아세안 고위관리들 간의 회의에서 정책결정을 위한 귀중한 기제로 아세안 회원국들로부터 인정받은 바 있다.

<표> 아세안의 외교안보 주요 싱크탱크

아세안의 외;교안보 주요 싱크탱크에 관한 표로 아세안/국가차원, 연구기관명, 아세상 싱크탱크(ISIS)네트워크로 구성
아세안/국가 차원 연구기관명
아세안 싱크탱크(ISIS) 네트워크
브루나이 브루나이 정책전략연구소(Brunei Darussalam Institute of Policy and Strategic Studies, BDIPSS)
캄보디아 캄보디아 평화협력연구소 (Cambodian Institute for Cooperation & Peace, CICP)
인도네시아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entre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
라오스 국제문제연구소 (Institute of Foreign Affairs, IFA)
말레이시아 전략문제연구소 (Institute of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ISIS)
미얀마 미얀마 전략국제문제연구소 (Myanmar Institute of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MISIS)
필리핀 진보를 위한 아시아태평양 협력 재단 (Asia Pacific Pathways to Progress Foundation, APPPF
싱가포르 싱가포르국제문제연구소 (Singapore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SIIA)
태국 안보국제문제연구소 (The Institute of Security and International Studies, ISIS)
베트남 베트남 외교아카데미 (Diplomatic Academy of Vietnamy, DAV)

지역 외교안보 주요 현안 논의 주도

아세안의 싱크탱크는 동남아시아가 직면한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한 현안을 논의하고, 필요 시 역외 국가 싱크탱크와 협력을 통해 관련 논의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의 대표 싱크탱크인 ISEAS(Institute of South East Asian Studies)는 2019년 이래 매년 동남아시아 내 전문가, 정부관료, 사업가 등 여론 주도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통해 미·중 경쟁과 지역 이슈에 대한 아세안의 인식과 대응 전략을 대외적으로 발송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연구물 발간과 워크숍 및 세미나 개최를 통해 지역 현안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베트남 외교아카데미는 2009년 이래 정기적으로 남중국해 국제회의 개최를 통해 아세안 내 주요 전문가 및 관료뿐만 아니라 역외 주요국 전문가와의 트랙 1.5 차원에서 남중국해와 관련한 이슈를 논의하고 베트남의 정책적 입장을 전달하며 정책적 구상을 모색하고 있다.

한-아세안 외교안보 싱크탱크 협력

한국과 아세안 간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 협력은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와 아세안 ISIS 싱크탱크 간 전략대화를 출범시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한-아세안 싱크탱크 전략대화는 한-아세안 간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 정책 네트워크 및 전문가 차원의 정책대화 채널을 구축하여, 지속가능한 한-아세안 관계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정책적 제언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미·중 경쟁으로 야기되는 도전들과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 및 정책적 아이디어 발굴의 중요한 대화 플랫폼으로써 자리 잡고 있다. 2019년 10월 출범 당시 국립외교원과 아세안 싱크탱크는 ‘신남방정책과 한-아세안 관계의 미래’를 주제로 한-아세안 협력 강화를 위한 공동정책제언을 싱크탱크 전략대화 의장성명 형식의 문서를 채택·발표한 바 있다. 2020년과 2021년에도 ‘한-아세안 파트너십의 새로운 비전 모색’과 ‘신남방정책과 한-아세안 파트너십: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전략대화가 개최되었다.
올해 윤석열 정부가 ‘글로벌 중추국가 발돋움’을 외교정책의 목표로 강조한 만큼 급변하는 인도태평양 정세 속에서 한국과 아세안이 어떻게 협력을 발전시켜 나갈지에 대한 정책적 구상들이 2022년 한-아세안 싱크탱크 전략대화에서 제시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