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Ⅰ   상생과 공동번영, 아세안 싱크탱크의 도약

글로벌 각축장으로 진화 중인 아세안 시장

최부식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2022 가을호

최근 아세안(ASEAN) 시장은 포스트차이나 시대의 대안으로 급격하게 부상하고 있다. 아세안 최대 시장인 인도네시아, IT기업 투자처로 주목받는 베트남, 높은 성장성이 예상되는 필리핀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국가들로 구성된 아세안 지역은 미·중 패권 전쟁으로 인한 세계 경제 양극화 시대에서 몇 안 되는 수혜 지역이다.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미국과의 무역 마찰, 패권 경쟁으로 미국을 대체할 새로운 시장의 확보가 필요하며, 지리적으로는 아프리카, 유럽과의 해상 교역을 유지하기 위해 아세안 지역이 중요하다. 미국 또한 중국의 저가 상품들을 대체 공급할 수 있는 지역이 필요하며, 지정학적으로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세안 지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아세안 FDI의 글로벌 비중, 2배 확대

자료 : ASEAN Investment Report(2021)

경제 및 지정학적 중요성으로 인해 아세안 국가들은 미국, 중국은 물론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도 놓칠 수 없는 성장 지역으로 변화되고 있다. 아세안으로 투자된 해외직접투자(FDI) 금액은 급격하게 증대되고 있다. 2016년 아세안 지역으로의 해외직접투자는 1,160억불이었으나,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발발 후 1년 뒤인 2019년에는 1,820억불로, 약 57%나 증가하였다. 아울러 전 세계 FDI에서 아세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5.6%에서 2019년 12%로 약 2배 수준으로 확대되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아세안 지역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지대하다. 미국은 2010년 세계 최초로 아세안에 대표부를 창설하면서 정치적인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40억달러 규모의 공적개발자금을 조성하고 동남아 청년 지도자 이니셔티브(Young Southeast Asian Leaders Initiative) 창설, 미국-아세안 정상회의를 개최 등 미국의 아세안 개발 지원은 물론 우호세력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중국의 아세안 진출은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사업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유럽-중앙아시아-중국을 잇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 중국은 막대한 정책 및 금융 자원을 아세안 국가에 투자하였다. 대규모 인프라 공사 추진과 자원 확보를 위한 산업단지, 송유관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이 잘 진행되었다고 판단 내리기는 어렵다.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은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사업으로 막대한 재정적 피해를 입고 있다. 일본 역시 역사적으로 아세안 국가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여러 산업 분야에서 일본기업들이 진출하였으며 특히 현지 기업 환경에 맞춘 산업 정책을 바탕으로 일본은 아세안 국가 자동차 시장의 거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4차 산업 육성을 위해 발표한 ‘Making Indonesia 4.0’은 일본 공공 연구기관의 재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컨설팅 업체가 전략을 수립하여 인도네시아 정부에 전달한 전략이다.

아세안 진출을 위한 정책적 지원 필요

우리나라도 공공 연구기관이 아세안 국가에 필요한 산업 정책을 수립하여 전달하고, 이를 아세안 국가들이 정책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설명 및 설득해야 한다. 물론 최근 인프라 투자와 관련해서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한국수출입은행 등 다양한 정부 기관들이 경제혁신파트너십 프로그램(EIPP)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정책에 관해서는 아직 우리나라 정부의 해외 산업 정책 수립 역량이 앞서 언급한 미국, 일본, 중국보다 한 수 아니 몇 수 아래로 판단된다.
그나마 우리나라도 2018년 인도네시아 산업부와 한국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한국-인도네시아 산업혁신 연구협력’ MOU의 후속 조치로 진행되고 있는 한-인니 산업 정책 공동연구를 통해 체계적으로 인니 산업 정책을 지원해주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실질적으로 동 정책연구를 통해 현대차와 포스코 등 현지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의 정책적인 애로 사항을 해결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기업들이 실제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동 연구는 특정 일부 산업 정책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호혜적인 한-인니 정책 공동 연구센터 필요

한-인니 정책 공동연구 센터를 현지에 만들어 한국이 과거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한 경험을 제대로 전수해 줄 수 있는 조직 및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에서는 우리나라 경제 사회 전반의 발전 경험을 전파하고, 산업연구원에서는 우리나라의 산업정책 성공사례를 연구 전파하고, 한국교통연구원에서는 전 세계 최고의 교통지옥인 자카르타의 교통체증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 및 대안을 연구 제시하여, 우리나라 기업 또는 기술을 진출시킬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경제발전에서 필수적인 교육, 물류, 국토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발전 경험을 전달하는 체계를 만들어 양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우리나라 기업 진출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여 경제적 이익까지 창출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현지에 정책 공동연구센터를 수립하며 정책 수요 파악과 더불어, 현지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대규모 정책연구일 경우에는 한국의 각 연구기관과 공동 연구를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와 정책적 협력을 확대하여 국위 선양과 더불어 우리나라 발전 경험의 노하우 전수, 이를 통한 경제적 이익까지 도모하는 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아세안 전체 국가에 대해 정책을 지원하는 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리고 미래 아세안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하루라도 빨리 이러한 정책연구 체계를 완성하여, 한국이 아세안 국가에서 경제적 정치적 교류 관계를 확대하고, 한국과 아세안이 서로 상생하는 정책을 제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