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새 정부에 바란다 - 인구정책

인구변화의 구조적 위험에 대응하라

강동수한국개발연구원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 2022 봄호

모든 국가정책은 공통적으로 국민을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인구정책으로 범주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실천적인 의미에서의 인구정책은 급속한 인구의 변화에 중점을 둔 정책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2021년 합계출산율이 전 세계 최저치인 0.84까지 하락했으며, 2019년 전 세계 201개국 중 55위인 노년부양비가 2067년이면 독보적인 1위가 될 정도로 고령화 속도도 빠르다. 이렇게 급격한 인구변화는 절대인구의 감소, 생산가능인구의 비중 축소와 고령층 복지 수요에 따른 재정 부담 증가를 초래한다. 또한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은 지역 소멸의 위험으로 이어져 지역공동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가중시킨다.

저출생과 고령화의 가속화

2021년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 추계는 저출생과 고령화가 당초 예상보다 가속화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불과 2년 전의 전망보다 생산가능인구가 약 25만 명 더 감소하고 합계출산율은 0.70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저출생은 그 자체가 사회적 문제라기보다 사회적 문제의 결과라는 점에서 적극적인 교정의 영역이다. 출산율이 하락한 원인은 복합적이다. 결혼, 출산 및 가족에 대한 인식 변화, 양성평등에 대한 수요 증가, 경제·사회활동의 비용 상승 등 구조적 변화가 근본적인 이유다. 따라서 가정, 직장, 그리고 사회에서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만 출산율이 반등할 수 있지, 유인책 지원만으로는 단기적인 성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2020년부터 고령층에 진입했다. 2033년에는 노년부양비가 2020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인구피라미드는 60세 이상이 두꺼운 역삼각형 구조로 변모할 것이다. 2030년 이후에는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초고령층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어 고령층 내 고령화도 심화될 것이다.
이미 확정적인 현상인 고령화로 인해 의료·돌봄 수요가 급증할 것이 분명하고 연금 재원의 소진 시점도 단축될 것이다. 이는 국가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핵심 요인이다.

교육·연금 등 충격 대비해야

인구변화의 충격은 시기별로 상이하다는 점에서 인구정책을 추진하는 데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향후 5년 내 긴급한 대응을 필요로 하는 분야는 고등교육 구조조정, 군 인력 개편, 의료 인력 양성,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기금 개혁, 지역균형 발전 등이다.
2020년부터 대학교 학령인구는 대학교정원을 하회하기 시작했다. 특히 2020년에 비해 2025년의 대학교 재학 인구는 약 57만 명이 감소할 전망이다. 현재 약 400개에 달하는 대학교 중 100여 개는 생존이 어려울 것이고 생존하는 대학교의 경우도 통폐합과 특성화, 평생교육기관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학교 학령인구의 감소는 곧 병역의무를 지닌 남성인구의 감소를 의미한다. 2020년 33.4만 명에 달하는 병역자원이 2025년에는 23.1만 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므로 군 인력 효율화, 디지털화, 부대 편성 전환 등을 지체 없이 시행해야 한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서비스 수요 증가를 고려할 때 가까운 장래에 의료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급은 총량보다는 지역 편중의 문제로 판단되지만, 향후에는 총량적 측면에서도 과소 공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런데, 의료인력은 장시간의 양성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즉시 대응이 필요한 과제라고 하겠다.
단기적으로 아직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지 않았지만 그 이행이 확정적인 만큼 노령층의 빈곤에 대응하기 위한 연금 개혁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수급율을 조정하는 한편, 기대여명과 정년 연장을 고려해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고 보험료 인상도 고려해야 한다. 건강보험의 경우에도 비급여 항목 신설을 철저히 억제하는 등 지출 구조를 효율화하는 한편, 재정수입 기반을 확충하고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으로의 인구이동, 특히 청년층의 교육과 취업을 위한 이동은 지방의 낙후된 정주 여건의 결과다. 수도권의 대응 권역으로 거점도시를 육성해 이를 일자리 창출과 산업 혁신을 선도할 혁신 공간으로 조성하고 문화와 여가 시설을 확충해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또한 거점도시와 주변을 연결할 광역철도, 환승센터 등 교통인프라를 확충해 지역 간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저출생의 대응책으로 영유아 돌봄은 비교적 충분히 공급된 결과 양적인 기반이 갖추어졌으나 초등돌봄의 경우에는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중앙부처는 물론 중앙과 지방, 그리고 정부 산하 지원 기관 간 유기적 협조가 미흡해 정책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효율성이 낮은 상황이다. 초등돌봄 서비스의 협력과 연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거버넌스를 재구축하는 한편, 공급확대 및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한 수익자 부담 증가도 고려해야 한다.

노동 인력 수급의 불균형 우려

생산연령인구(15~64세)의 예상보다 빠른 감소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에서 인력 부족은 향후 5~10년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6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활동인구의 고학력화가 진행되어 인적자본 향상을 고려한 노동투입 인구는 향후 10년간 유지될것이므로 당분간 경제활동이 급속히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5년 후부터 청년 노동 인력이 빠르게 감소할 것이므로 이에 대비한 노동시장 및 교육개혁은 여전히 유효하다.
중기적으로는 청년 노동 감소와 함께 중숙련 이상의 노동 인력 수급의 불균형도 우려된다. 따라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외국 인력 도입 정책의 개선도 필요하다. 장기적인 노동 인력 감소와 연금개시연령 상향에 대응한 고용 연장과 이를 위한 직무 및 임금 조정을 통해 청장년층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
복지 측면에서는 가족 형태 및 구성의 변화를 제도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파트너십 관계를 포용할 수 있도록 민법에서 가족의 개념과 범위를 재규정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파트너십 관계의 권리 보장을 위해 개별 법령도 정비함으로써 사회보장에서 가족 다양성을 수용해야 할 것이다.

갈등 조정을 위한 인구정책 거버넌스 재정립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인구정책TF, 지역인구정책 등 그동안 정부는 수많은 인구정책을 실시했으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부처 및 이해당사자 간 갈등을 조정하는 데 한계에 부딪혔다. 그리고 기획과 집행 간의 괴리로 인해 인구정책은 질적인 내실화를 기하지 못하고 추진 정책 간 연계성과 통합성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국민의 여론이 사전에 수렴되고 다양한 의견이 조율될 수 있고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인구정책 거버넌스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