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26 한국의 과제와 전망 : 성장과 통합을 여는 길

이미지 박 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25 겨울호

세계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2026 한국의 과제와 전망’을 둘러싼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의 심화와 함께 국내에서는 잠재성장률 하락과 사회적 갈등이 누적되며 국가 전략 전반에 대한 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이 직면한 과제와 대응 방향을 살펴보기 위해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만났다. 그는 미·중 경쟁 국면에서 유연하고 다층적인 외교·산업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CPTPP·FTA 확대 과정에서의 국내 갈등관리와 신뢰 회복, 사회적 이동성 강화가 성장과 통합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라고 언급하였다. 박 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이번 인터뷰에서는 2026년을 앞둔 대한민국이 준비해야 할 핵심 과제와 정책적 방향을 짚어본다.

이미지박 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Q 한국 사회에 가장 큰 해외 리스크로 미·중 패권경쟁을 꼽으셨습니다. 지금의 경쟁 구도는 어떤 방식으로 한국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십니까?

현재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외부 리스크는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역사적·안보적 관점에서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무시할 수 없고 그 기본 방향은 앞으로도 유지될 것입니다. 다만 세계 기술 질서와 산업 표준이 미국과 중국으로 완전히 갈라지는 상황을 가정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첨단 AI나 양자 기술처럼 민감도가 높은 분야에서는 상호 배제가 나타날 수 있지만, 중간 기술이나 가전·생활제품 같은 분야까지 완전히 분리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양국 모두 협력과 교류를 완전히 끊어낼 수 없고 공급망과 시장 구조 역시 여전히 깊게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국은 기술의 성격과 전략적 민감도에 따라 접근 방식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이 특히 중시하는 첨단 분야에서는 미국의 정책 방향에 보조를 맞추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반면 그보다 낮은 단계의 기술이나 실생활과 연관된 제품 영역에서는 중국과의 협력도 지속해야 합니다. 이러한 이원적 접근을 통해 한국의 외교적 선택지가 넓어지고 한국의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쪽에 종속되기보다 분야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한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훨씬 효과적입니다.

Q 미·중 경쟁뿐 아니라 서방 내부의 분열 가능성도 언급하셨습니다. 한국은 어떤 외교적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가 강화되면서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도 미묘한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EU, 일본, 호주 등 주요 국가들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조금씩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은 기존의 외교 틀에만 의존해서는 안정적인 외교적 입지를 지키기 어렵습니다. 특정 국가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연대의 장에 참여해 우리의 협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는 한국에 전략적 선택의 폭을 넓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 협정은 미국이 참여하지 않는 대신 일본, 호주, 캐나다 등이 주도하는 협의체로 한국이 가입할 경우 미국의 요구가 지나치게 강해질 때 일본 등과 공조하며 조정력을 확보할 여지가 생깁니다. 다만 농수산 분야, 특히 일본 수산물 문제는 현실적 제약 요인입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여전히 크기 때문에 정책 판단 역시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사안은 정부가 과학적 근거와 명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Q 중국과의 협력은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특히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중국과의 관계는 경쟁과 협력이 항상 동시에 존재합니다. 중국이 이미 확실한 우위를 가진 분야에서 한국이 대등하게 경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분명한 비교우위를 가진 분야를 선별해 집중하는 것입니다. 반도체나 피지컬 AI, 의약품 등은 한국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영역입니다. 이들 분야에서는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한국이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러한 강점이 한국의 국제적 협상력에도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반면 생활 기반 기술이나 중간재 분야에서는 중국과의 협력이 경제적으로도 실리적으로도 필요합니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 제조업의 중요한 시장이자 공급망 파트너이기 때문에 실용적 관점에서 협력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도 유리합니다.

또한 한중 FTA를 현재보다 더 높은 단계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농업 분야는 중요한 정치적 쟁점으로 등장합니다. 농업은 국가 대외전략에서 민감한 분야 중 하나로 국민적 합의를 필수적으로 요구합니다. 따라서 농수산업 종사자에 대한 보상과 설득은 국제 전략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핵심적 기반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국내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총요소생산성(TFP) 정체라고 하셨는데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2025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0여년 전만해도 2.5% 수준은 될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2025년에 와보니 1.9%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경기 상황의 일시적 변화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노동공급 감소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어느 정도 예견되었고, 자본투자 역시 예측 범위 안에 있었지만 총요소생산성(TFP)이 예상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 가장 결정적인 요인입니다.

TFP는 노동과 자본의 투입량 증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경제 전체의 효율성과 혁신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기술혁신의 속도, 산업 구조조정의 원활함,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 기업 간·산업 간 자원 배분의 효율성, 그리고 사회 전체의 거래 비용 등 다양한 요소가 TFP를 결정합니다. 문제는 한국에서 이 요소들이 대부분 악화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점입니다. 특히 사회적 신뢰가 낮아지면서 거래비용이 증가하고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지며 여러 행정적 절차가 과도하게 누적된 것이 생산성 하락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 정부가 해야 하는 역할은 민간이 이미 잘하고 있는 분야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수행하기 어려운 대규모·고위험·융합형 연구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데 있습니다.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도 ‘선제적 R&D’라는 취지에 걸맞게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술 분야로 집중되어야 합니다. ”

이미지박 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Q 그러면 TFP를 높이기 위해 한국은 어떤 전략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까요?

앞으로의 성장 동력은 대부분 TFP에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과 자본 투입은 이미 한계에 가까워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술혁신, 시장경제의 정상적 작동, 사회적 신뢰의 회복이라는 세 가지 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국의 기술혁신 시스템은 민간 기업들, 특히 대기업의 R&D 역량이 이미 세계적으로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올 한해 40조원 내외의 R&D를 집행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가 해야 하는 역할은 민간이 이미 잘하고 있는 분야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수행하기 어려운 대규모·고위험·융합형 연구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데 있습니다.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도 ‘선제적 R&D’라는 취지에 걸맞게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술 분야로 집중되어야 합니다. 대학 중심의 혁신생태계 강화도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이 안전한 연구만을 반복하기보다 새로운 기술 경로를 개척할 수 있는 보다 대담하고 선도적 연구에 더 많은 자원과 자율성을 제공해야 합니다.

또한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해야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자제해야 합니다. 사회 전체의 신뢰를 높이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불필요한 규제·인증·서류 절차 등이 줄어들 수록 기업과 개인이 투자 및 의사결정 속도도 빠르게 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곧 TFP 향상으로 이어집니다.

Q 사회 갈등의 양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성장과 통합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핵심 요소는 무엇입니까?

한국 사회의 갈등은 과거 소득·지역 간 갈등을 넘어 이념, 세대, 젠더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공동체 내부의 갈등비용이 커지면서 성장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성장과 통합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핵심 요소는 사회적 이동성과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것입니다. 사회적 이동성이 높아지면 태어난 환경이나 배경 때문에 기회를 잃는 일이 줄어들고, 누구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강화되면서 통합의 기반도 자연스럽게 다져집니다. 동시에 사회적 이동성은 인재가 가장 필요한 곳으로 배치되는 기능을 강화하기 때문에 성장에도 긍정적입니다.

사회적 신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신뢰가 높아지면 불필요한 규제나 절차가 줄어들고 협의와 합의의 속도도 빨라져 거래비용이 낮아집니다. 한국의 TFP가 하락한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거래비용 증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적 신뢰는 경제성장의 필수 조건입니다.

성장과 통합이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분명한 원칙도 필요합니다. 성장을 우선하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격차나 불평등은 재분배와 사회보장 강화로 보완하는 방식이 가능합니다. 반대로 통합을 지나치게 우선하다 성장을 위축시키는 경우에는 회복이 매우 어렵습니다. 결국 성장을 기반에 두되 재분배를 병행하는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이 점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논의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해 성장을 억누르는 대신, 영업을 허용하되 이익 중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해 전통시장이나 취약한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합니다. 이러한 접근이 성장과 통합을 조화시키는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법이라고 생각합니다.

Q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2026년 핵심 과제로 ‘5극3특 중심의 자치분권 기반 균형성장’을 꼽으셨습니다. 이 전략의 중요성은 무엇인가요?

자치분권 기반의 균형성장을 우선 과제로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이 전략은 지역의 변화, 나아가 국가의 변화를 촉발하는 트리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정부의 추진력이 좋은 임기 초반이면서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시의성이 높습니다.

수도권 집중 완화는 단순히 지방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중장기적 활력을 위한 핵심 과제입니다. 저출산 문제, 주거 부담, 일자리 편중 등 사회문제가 대부분 수도권 집중과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기존의 균형 발전 정책은 전국의 모든 시군구를 동시에 살리는 방식을 취해왔습니다. 그러나 현재 많은 군 지역은 현실적인 소멸 위험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지역을 동일하게 살리는 전략은 더 이상 실효적일 수 없습니다. 오히려 광역 도시를 허브로 삼는 집중형 균형발전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5극(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과 3특(제주·전북·강원 특별자치도)이 지향하는 바입니다.
예를 들어 지식·서비스 산업은 반드시 여러 요소가 함께 갖춰져야 성과가 나오는 곱셈형 산업입니다. 필요한 10가지 요소 중 하나만 빠져도 성과가 제로가 되는 마이클 크레이머(Michael Kremer) 교수의 오링(O-ring) 이론이 이를 잘 설명합니다. 이 관점을 적용해 보면 규모가 작고 인프라가 부족한 군단위나 중소도시는 구조적으로 지식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비수도권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뭉쳐 수도권과 경쟁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광역시·도 통합 논의가 병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대구·경북, 광주·전남, 부산·울산·경남 등에서 관련 논의가 시작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를 위해 지방분권과 자율성 확대는 필수적인 조건입니다. 지방 정부는 최장 12년 동안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행정 체계를 가지고 있어 변화의 속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Q 교수님이 최근 제시한 ‘성장과 통합을 위한 12대 개혁 과제’ 중 아직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부분을 하나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한국 사회 구조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은 중소기업 노동자라고 생각합니다. 대기업 노동자는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만 중소기업 노동자는 그렇지 못합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대해 불공정 하도급 구조를 통해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고, 중소기업의 지불 능력이 떨어지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전가됩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회계 시스템이 불투명해 세금 탈루율이 높아지는 문제는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장벽이 됩니다. 결국 이러한 구조는 성장의 과실이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들고 사회적 불평등을 고착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고, 플랫폼 노동자·프리랜서 등을 포함한 새로운 노동 형태에 맞춘 사회보험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장이 골고루 확산되기 위해서는 가장 취약한 지점에 있는 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미지박 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Q 마지막으로 국책연구기관이 향후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이 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세 가지 주요 걸림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사회적 합의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 구조이고 둘째는 정부부처 내부의 기득권 구조, 마지막은 국민 인식의 문제입니다. 이 세 가지 측면에서 국책 연구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우선 사회적 합의 부족은 개혁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입니다. 개혁은 항상 이익을 보는 집단보다 피해를 보는 집단이 더 똘똘 뭉쳐 저항하는 구조를 갖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책연구기관이 양측의 주장을 투명하게 정리하고, 서로 수용가능한 절충 지점을 제시하는 ‘합의 형성형 연구’를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찬반 근거를 명확히 분석해 합의의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입니다.

두 번째는 정부 내부의 기득권과 조직 이기주의입니다. 규제 완화가 특정 부처의 권한 축소로 이어지거나 불필요한 보조금이 공공기관의 생존과 연결되는 경우 개혁은 더욱 추진되기 어렵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은 이러한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부처나 기관의 이해관계와 독립된 객관적인 분석을 제시해야 합니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있는 이유도 이러한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취지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국민 인식입니다. 때로는 여론이 100% 목표 달성을 요구하며 타협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사실보다는 감성에 기반해 문제를 바라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 정부 정책이 크게 제약을 받게 됩니다. 앞으로 CPTPP 가입 등 정부가 우리 사회의 변화를 추진하는 경우 객관적인 사실을 국민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 또한 국책연구기관이 수행해야 할 역할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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