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AI 대전환을 통해 일하는 방식과 서비스 품질, 정책 결정과정을 근본적으로 바꿀 때이다. 정부의 AI 대전환은 혁신과 안전의 균형을 토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부문 AI 인재양성, 애자일 방식을 통한 작은 성공 사례의 축적, 거브테크(GovTech) 생태계 활성화, AI 위험관리, AI 친화적 고품질 데이터의 축적과 활용, 법·제도적 근거 및 거버넌스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
세계 각국은 AI를 국가 생존과 미래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AI 3대 강국도약”이라는 비전을 천명하고 AI 인프라 구축, 산업·기업육성, 국가인재 양성, 법·제도 정비, ‘모두의 AI’ 프로젝트 등 주요 정책이 마련될 예정이다. 국가 AI 전환은 특정 영역에서의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산업 및 사회 전반의 혁신이 필요하며, 공공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공공부문의 AI 혁신은 AI 산업생태계 혁신과 함께 국가 AI 대전환의 양대 축이다. 미국·영국·캐나다·싱가포르 등 주요 AI 강국은 AI를 활용한 행정혁신, 공공서비스 개선, 국민 신뢰 확보 등 공공부문 AI 전환 정책을 국가 AI 혁신 정책의 큰 틀에서 동시에 수립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국가 AI 대전환을 위한 촉매자, 조정자 그리고 조력자로서 역할을 이행함과 동시에 공공부문이 AI 혁신의 대규모 실험장임을 시사한다.
행정의 자동화와 최적화, 데이터 분석을 통한 과학적 정책 결정, 국민과의 소통 방식 혁신 등은 모두 AI가 견인하는 행정혁신의 구체적 모습이다. 이에 정부의 AI 대전환을 위해 이행해야 할 구체적인 과제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AI 인재와 역량, 정부의 AI 대전환을 위한 혁신의 출발
정부의 AI 대전환을 위한 혁신의 출발점은 ‘인재’와 ‘역량’이다. 우선 민간 수준의 AI 인재 영입과 역량 강화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개방형 임용제도가 민간의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보유할 만한 충분한 유인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AI기술이 급변하는 만큼 영입된 인재가 지속해서 머무르고 싶고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외부 인재 유치와 더불어 AI 역량이 우수한 공무원을 내부적으로 양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AI 기술 활용에 대한 관심도와 전문성이 높은 공무원을 전체 공무원의 5%~10% 규모에 이르는 ‘AI 챔피언’으로 양성할 필요가 있다. AI 기술뿐만 아니라 공공행정 및 정책 도메인 지식을 보유한 AI챔피언은 공공부문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외부 인력에 의한 기술 조달에 비해 보다 현장 적용 가능성 높은 AI 도입· 활용에 기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의 적극적 AI 활용을 통한 성공 사례의 창출은 기술 기반 혁신 창출의 장애요인이 되는 관료제의 경직성과 공직사회 전반의 기술 활용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감소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AI 챔피언 양성을 위해서는 민간 AI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수준높은 최신 교육, 사무관 및 과장 승진 전 무보직 기간을 활용한 충분한 교육 시간 확보, AI 조달 전문성 교육 등 고급 과정의 교육이 필요하다. 그 외 공직사회 전반의 기술 활용 기반 혁신 문화 조성을 위한 기본 교육, 고위직급을 대상으로 한 기관 목표와 연계한 전략적 AI 활용 및 인력·예산 투입에 관한 의사결정, AI 위험관리 등에 관한 교육이 필요하다.
애자일 방식을 통한 혁신과 안전의 균형을 도모해야
정부의 AI 대전환은 작은 성공에서 출발해야 한다. AI 기술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 반해 AI를 활용한 정책 결정과 서비스 집행은 광범위한 시민의 권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술의 전면적 도입을 지양해야한다. 작은 사례로부터 애자일 방식으로 실험하고 성공 사례로 확산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영국 정부의 i.AI(Incubator for AI)는 공공 AI 서비스를 개발해 초기 버전을 공개하면 국민이 활용해 보고 환류하는 과정을 거쳐 서비스 품질을 높여나가는 애자일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학습이 이루어지고 서비스가 고도화될 수 있기 때문에 AI 서비스 오류에 의한 위험성을 낮추고 대국민 신뢰 저하를 방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각 기관이 AI 기반 공공서비스 개발 단계에 착수하기 이전에 효과성, 효율성, 안전성·신뢰성, 고품질 데이터 활용 가능성 등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하여 AI 기술 활용 분야를 전략적으로 선정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개별 업무 프로세스 진단을 통해 기존 업무의 단순 자동화가 아닌 업무 수행방식 자체를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있을 때 진정한 AI 혁신이 이루어질 것이다.
민관협업과 GovTech 생태계, 혁신의 가속 페달
민간의 AI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공공부문은 민관협업을 통해 최신 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공공부문은 민간 기술의 실증 무대이자 사회적 책임과 안전을 담보하는 조정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험적 시도를 위한 제도와 공간을 만들고 여기서 민관협업을 통한 혁신 사례를 만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어 ‘AI 기반 공공 서비스 규제 샌드박스’를 기획한다면 한시적 규제유예를 통한 기업 비즈니스 모델 증명뿐만 아니라 민관협업을 통한 GovTech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AI기반 공공 서비스 규제 샌드박스를 신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모두의 AI 프로젝트’와 연계하여 추진함으로써 AI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규제 합리화뿐만 아니라 국민의 서비스 참여를 통한 AI 기반 공공서비스 학습 및 신뢰 제고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민원 서비스 대상자 프로파일링을 통한 맞춤형 공공서비스와 같이 공공부문 AI 활용 파급력이 큰 서비스부터 시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공공부문에서 활용할 AI 모델을 AI 챔피언과 스타트업 등 창의적 민간기업이 함께 개발하고 실증할 수 있는 ‘AI Zone’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 공간에서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하면서 AI 모델을 검증하고 신뢰성을 제고하며 AI 챔피언의 역량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다. 새 정부 공약에서 명시한 데이터 안심구역의 전국 네트워크화가 이루어진다면 이 공간을 AI Zone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AI Zone에서는 비식별 데이터 활용을 위한 패스트 트랙을 운영함으로써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AI 위험관리, 신뢰 기반 행정의 기반
AI의 도입을 통한 공공부문 효율성 제고 못지않게 위험관리도 중요하다. AI 선도국가들은 AI 위험성 평가, 영향평가, 조달 지침 등 공공부문에 특화된 관리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AI 활용의 책임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고영향 AI에 대한 엄격한 평가와 투명한 영향평가 체계를 갖춰야 한다. 개별 AI 활용의 공공 목적성(공익성), 편향되지 않는 데이터 활용 및 불공정한 결과 발생 시 대처방안(공정성), 보안·개인정보·저작권 침해 등 위법한 AI 활용에 대한 대처 방안(합법성), AI 활용에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 식별 및 시스템 설계·운영·평가에 대한 참여(참여 가능성)와 같은 기준을 고려하여 공공부문 AI 영향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혁신의 기반: 데이터, 법·제도, 거버넌스
AI 혁신의 토대는 고품질 데이터와 안정적 인프라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AI 데이터센터, 정부 주도 인공지능 학습용 고품질 데이터 집적 클러스터 조성, 데이터 가치평가 및품질인증제 등으로 AI 활용 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데이터 관리 주체 개편, 공공데이터의 고품질화, 민간 데이터와의 결합 활성화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 AI학습용 데이터의 생성·축적·활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공공데이터의 고품질화를 위해서는 AI 성능 제고를 위한 가치가 높은 데이터 종류의 식별, 데이터 종류별 품질 수준 체계 구축 및 개발 주체 설정(공공 또는 민간)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정부문서의 AI 학습용 데이터화, 교통·의료·환경 등 국민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서 고품질·고활용 데이터 확보·공유를 통해 이를 집중적으로 학습한 전문 AI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한편, 개별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AI 친화적으로 생성·활용하고 공유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기반행정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나아가 AI가 국민을 대신해서 서비스를 신청할 경우, AI의 대리권 위임에 관한 근거, 공무원이 AI를 활용하여 행정업무를 처리했을 때 발생한 손해 등에 관한 배상에 관한 근거, 국민 입장에서 AI를 활용한 서비스 수혜를 거부할 권리, 민간 AI 조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대비를 위한 조달 지침 마련 등 다양한 법·제도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공공부문 AI 전환을 위해 거버넌스 체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부처 내에 최고 AI 책임관을 설치하여 기관의 혁신과 안전을 함께 도모하는 AI 전환을 주도할 권한을 부여하고, 행정안전부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정부혁신을 AI 전환과 연계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관별 최고 AI 책임관으로 구성된 공공AX협의체를 구성하여 대통령실의 AI 미래기획수석실에서 협의체 회의를 주관하는 등 다층적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AI 대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AI와 함께 일하는 정부로 전환하여 혁신의 주체로서 더 나은 행정서비스와 공공가치를 창출하는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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