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칼럼  

코로나19가 초래한 도전과 K-ODA의 역할

구윤철국무조정실장  2021 겨울호

코로나19가 창궐한 지 두 번째 겨울을 맞았다. 스페인 독감 이후 한 세기 만에 지구촌에 찾아온 불청객이다. 우리에겐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사람과 자본의 이동이 활발하던 세계경제는 크게 위축되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아프리카 대륙도 25년 만에 성장을 잠시 멈추었다. 국가 간 교역과 자본 이동도 크게 감소되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친인척 등이 해외에서 벌어 본국에 보내는 해외 송금(remittance), 해외 직접투자(FDI), 포트폴리오 간접투자 등 개도국 개발에 도움 되는 자금 이동도 모두 움직임이 둔해졌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 위기

코로나19로 인한 보건 위기는 1998년 이후 개선되던 지구촌 빈곤을 심화시켰다. 세계은행은 2020년에만 1억2,000만 명의 극빈층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학자들은 2030년까지 2억5,000만 명이 더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UN의 새천년개발목표(MDGs)와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깃발 아래 순항해오던 지구촌 빈곤 감축의 기조가 코로나19로 인해 역주행한 것이다.
재정 여건도 많이 취약해졌다.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앞다투어 확장적 재정정책을 폈다. 이로 인해 재정적자와 공공 부채가 급증했다. 사실 개도국 부채 문제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적색 경보등이 켜져 있었는데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전 세계 69개 저소득국가(LICs)의 약 5분의 1이 심각한 부채 압박(debt distress) 아래 놓여 있었다. 2020년에는 그 비율이 3분의 2까지 뛸 것이라 한다.
코로나19 위기는 불평등 또한 심화시키고 있다. 세계은행과 OECD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소유한 기업이 남성 소유 기업에 비해 폐업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한다. 이유는 전자가 후자에 비해 서비스, 접대, 소매 등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업종(consumer-facing sectors)에 더 많이 분포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코로나19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지만 인터넷에 접근하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간 불평등을 증폭시켰다. 현재 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가 인터넷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재택근무나 비대면 근무를 할 수 없으므로 코로나19에 노출되기 쉽고 해고의 위험도 크다. 이제 사회·경제적 포용성(inclusiveness) 확대를 위해서는 저렴하고 보편적인 인터넷 접근이 필수적이다.
브렉시트(Brexit),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로 발현된 자국우선주의, 반세계화 기조가 코로나19 위기를 틈타 가속화되는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코로나19 보건 위기는 국경을 초월한 문제이고,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다자가 참여하는 국제공조가 필요하나 각국 정부는 성장 회복, 실업 완화, 물가안정 등 국내 현안에 매몰되어 국제공조는 정책 후순위로 밀려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선진국이 천문학적 분량으로 확보한 백신을 가난한 나라에 나눠줄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남아프리카에서 오미크론(Omicron) 같은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해 전 세계에 퍼졌다. 글로벌 백신 차별(Vaccine Apartheid)이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나 난민을 바라보는 시선도 차가워졌다. 이들의 정착을 돕는사업이 불요불급한 경제적 부담이라는 자국우선주의 사고가 서구인들 사이에 확산된 것이 배경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국제사회의 공조를 그 어느때보다 필요하게 만들었으나 역설적으로 이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국제사회를 위한 K-ODA 확대

코로나19 위기는 공여국의 ODA 재원 운용을 제약할 것이 분명하다. 경기 위축으로 빠듯해진 정부의 살림을 꾸려가는 과정에서 ODA 확대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국제사회 원조를 주도해온 영국은 최근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지출 규모를 0.7%(소득 1만 원당 70원)에서 0.5%로 하향조정했다. 독일·네덜란드·노르웨이 등도 2021년에 ODA 지출을 소폭 줄였다고 한다(다만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늘린 케이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적 대응이 필요한 글로벌 이슈들이 속속 표면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이외에도 최근 심각해진 기후 환경 변화, 대량 난민 발생, 아프가니스탄과 미얀마의 인도주의 위기 등이 그것이다. 지금 국제사회는 한정된 ODA 재원으로 더 많은 일을 감당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 여건하에서 한국 정부는 K-ODA 역할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2021년 초 제3차 국제개발 5개년 계획(2021~2025년)을 수립하면서 ODA 규모를 2030년까지 두 배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가운데서 ODA 확대 방침을 정한 것이라 그 의미가 적지 않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선 정부는 ODA 사업 포용성(inclusiveness)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보건 분야 ODA 예산을 늘려 개도국의 감염병 대응을 지원하고, 분쟁·취약국에 대한 인도적 지원 예산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신기후 체제에 적극 동참하고 탄소 중립 달성에 기여하면서 지구촌 녹색 전환을 선도하기 위해 「그린뉴딜 ODA 추진전략」을 지난 7월 확정했다.
정부는 또한 혁신적 ODA를 추진하기로 했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 완화를 위해 우리나라의 경쟁력 있는 ICT 과학기술을 개도국의 디지털 혁신역량 지원 사업에 접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2년 초에 범정부 과학기술 ICT 추진전략을 수립하기로 했다. 스타트업과 소셜 벤처기업의 혁신적 기술을 활용한 ODA 사업을 통해 개발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구현하는 프로그램을 확산한다는 계획도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제사회의 개발 재원 흐름이 둔화되는 기조를 감안해 기존 EDCF 자금 이외에 경협증진자금(저양허성 차관)과 정책금융 활용도를 높이고, 대규모 투자사업에 대해서는 혼합 금융 방식을 모색하는 등 재원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국무조정실 국제개발협력본부 출범

정부는 2021년 2월 국무조정실 국제개발협력본부를 설치했다. 원래 국장급(2급) 조직이었는데 실장급(1급) 조직으로 확대 개편했다. 그 취지는 국제개발협력위원회의 전략 수립과 조정 기능을 강화하고, 조정 결과를 예산편성에 적의 반영하며, ODA 사업에 대한 성과 평가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앞으로 ODA 사업은 보다 명확한 전략 아래 유무상 기관들이 상호 협력과 파트너십을 증진하는 가운데 사업의 효과성과 결과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다.
2022년은 우리나라가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한 지 12년이 되는 해이다. 후발 주자로 참여했는데 어느덧 중견 공여국이 되었다. 한때 전쟁의 참화를 겪고 세계에서 가장 궁핍했던 나라가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기적처럼 일어선 주인공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국제사회는 한국을 선진국으로 규정하고, 앞으로 우리나라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진국에 걸맞은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빈곤 감축과 인도주의 실현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임인년(壬寅年) 새해는 K-ODA가글로벌 가치 실현에 앞장서고 지구촌 위기 극복에 기여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