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칼럼  

탄소중립과 에너지 혁신

박기영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2021 가을호

올 여름 서유럽에서 100년 만의 대홍수가 발생하고, 북미에서는 극심한 폭염, 산불이 발생하는 등 기후변화는 이제 지구촌 곳곳에서 일상이 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라는 문제에 공동 대처하기 위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파리협정’(2015년 12월)을 체결하여 新기후체제를 출범시켰으며, 이에 따라 EU, 미국 등 주요국들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제 탄소중립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새로운 글로벌 뉴노멀(New Normal)이 되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발 맞추어 우리 정부도 지난해 10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였으며, 이와 함께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기존 2018년 배출량 대비 26.3%에서 40%로 대폭 상향할 계획이다.

탄소중립의 핵심은 에너지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중 약 87%가 에너지 소비 과정을 통해 배출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 중 75%가 에너지 부문에서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 만큼 탄소중립 실현이 에너지 부문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간 우리는 값싸고 안정적인 공급을 에너지 정책의 최우선 가치로 삼아왔다. 에너지·자원의 대부분을 해외로부터 수입하는 우리로서는 안정적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했으며, 그간 우리 에너지 기업들의 노력 덕분에 에너지가 지속적인 경제발전의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해 온 것이 사실이다.이제 우리는 안정적 에너지 공급이라는 전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뿐만 아니라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도전도 대응해야 한다. 이러한 역사적 변곡점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30년 뒤 우리 경제·사회의 미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 산업부는 다음과 같은 에너지 시스템 혁신을 위한 과제들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첫째, 재생에너지 보급을 2030년까지 기존 목표 57GW 대비 약 2배인 100GW로 대폭 확대하여 청정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믹스를 구현해 나갈 것이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입지와 해당 지역 주민의 수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입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입지·인허가 특별 관리체계를 운영하고 입지발굴에서 인허가까지 全과정을 지원하는 풍력 원스톱샵 도입을 추진중이다. 또한 재생에너지 사업의 주민 참여범위 확대와 농어민 상생 모델 도입 등을 통해 주민 수용성을 높이고, 안정적 수익 보장을 위해 RPS(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제도) 의무 공급비율도 상향할 계획이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변동성 완화를 위해 전력망의 획기적 확충과 함께 전력-가스-열 간 통합관리 시스템 도입, 분산에너지자원의 확대 등 중장기 혁신 과제들도 차근차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둘째, 석탄발전의 과감하고 대폭적인 감축도 추진한다. 현 정부 들어 노후 석탄 발전소 8기를 이미 폐지하였으며 더불어 2030년까지 총 20기의 석탄발전소를 폐지·전환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더해,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해 공기업에게만 적용되었던 석탄발전상한제를 민간발전사업자까지 추가로 확대하고, 암모니아 혼소 상용화를 통해 석탄발전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여 나가면서 수소경제를 앞당기는 기폭제로 활용할 계획이다.
셋째, 국민과 함께하는 에너지 소비절감도 적극 추진한다. 산업, 가정,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독일, 일본 등 선도국 수준으로 높여 나가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우선, 에너지 다소비사업장 원단위 목표제를 신규로 도입하고, 고효율기기 등급제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일반 시민들의 행동 변화를 적극 유도하기 위해 시민단체 등과 함께 에너지절약 인센티브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전력 수요 억제를 위해 산업단지, 건물 등 수요 집중 지역 내의 자가 태양광에 대한 세제 등 인센티브 확대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탄소중립을 새로운 성장동력 육성의 기회로 활용

탄소중립이라는 도전은 기존 산업의 축소라는 수동적, 부정적 인식으로는 극복해 나가기 어렵다. 저탄소 新산업 육성을 통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수소, 미래차, CCUS 등 제2의 반도체와 같은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여 기업의 노력을 뒷받침해 나갈 것이다.
우선, 수소의 경우 공급→운송→활용 전주기 지원을 통해 수소 사용량을 현재 22만톤 수준에서 2030년 390만톤으로 확대하여 세계 수소 시장을 선도하고, 수소법 개정을 통해 2022년부터 청정수소 인증제와 청정수소발전의무제도(CHPS)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기차·수소차의 경우 현재 연 20만 대인 생산능력을 2030년 연 150만대로 확대하여 2030년 세계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고, 부품 국산화율도 내연기관 수준으로 높일 수 있도록 업계를 지원해 나갈 것이다.
또한,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의 경우 관계부처와의 협력을 통해 향후 10년간 최대 3조원 규모의 신규 기술 실증 및 기반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세계 최대 FTA 네트워크, KOTRA 무역관 등 우리의 글로벌 수출·통상 인프라를 토대로 국외 감축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통해 전세계 총 배출량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 나갈 것이다.
국외 감축에 대해서는 해외에 비용을 지불하고 국내 감축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는 우려를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어느 수단보다 저렴한 감축수단으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 기업에게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기업의 해외진출 촉진과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선진국으로서의 모범을 보이는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러한 내용을 종합하여 탄소중립 비전과 정책과제를 담은 ‘탄소중립 에너지 혁신전략’을 연내 마련할 계획이다.

탄소중립은 매우 도전적 과제이나 반드시 가야 할 길

탄소중립은 제조업·화석연료 중심의 우리에게 매우 도전적인 과제이나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우리 기업은 탄소중립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수소시장 선점을 위해 수소기업협의체를 출범하고 2030년까지 수소경제 분야에 43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정부도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여정의 동반자로서 우리 기업의 혁신적 노력을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다. 과거 아무 것도 없는 불모지에서 모든 경제 주체들의 노력에 힘입어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탄소중립 글로벌 선도국가(First-mover)로 다시 한번 도약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