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칼럼  

트럼프 2기, 한국경제와 기업의 대응방안: 단기·중기· 장기적 이슈와 연구

이 근 중앙대학교 석학교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경제학회장 2025 가을호

트럼프 2기 들어 한국을 둘러싼 세계경제 환경은 커다란 불확실성을 낳고 있다. 이에 한국경제 및 기업들이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가는 향후 우리 경제의 운명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이다. 이에 한국 학계와 정책기관들의 연구가 어떤 주제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면 좋을까 하는 차원에서 크게 세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세계 정치경제의 3극 체제 가능성과 시장 다각화, 둘째 GVC 재편과 중국 및 일본의 새로운 활용법, 셋째, 3대 산업 공동화에 따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모색이다.

미국·중국·유럽 3극 체계 속 한국의 전략

우선, 세계 헤게모니의 변화 차원에서 지금까지는 세계 구도를 미·중 양강 구도로 보아 왔으나, 향후에는 유럽을 추가하여 미국·중국(+브릭스)·유럽의 3극 구도로 갈 수 있다. 첫째 이유는 미국과 EU가 자유무역·친환경 등 지속가능성 의제나 인권·다양성 등 가치 차원에서의 입장이 달라지면서, 양측 간 가치동맹의 당위성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이유는 미국 우선주의인 MAGA하고 대중국 견제가 동시에 양립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즉 미국이 MAGA 차원에서 우방국에 관세 압력을 가하니 EU와 캐나다가 반발하고 인도 또한 50% 관세를 부과받은 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향후 한국은 이러한 3극 체제 시나리오에서 해외시장 전략을 다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미국 시장의 상대적 매력도는 떨어지고, 공략 또한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다변화 전략이 요구되며, 특히 EU 시장을 겨냥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EU는 GDP 크기가 미국에 이어 중국과 비슷한 수준의 세계 3대 시장 중 하나로, 여전히 개방도가 높고 한국제품에 대한 수요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무역량으로만 보면 이미 미국보다 더 크다. 최근 한국의 수출 현상을 보면, 대미·대중 수출은 감소하는 반면 대EU 수출은 급증하고 있다. 단 EU는 구성 국가별 시장 특성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거래비용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친환경 규제를 비롯한 다양한 보호주의적 규제도 새롭게 출현하면서, 이에 대한 기업들의 세부 정보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관세 장벽 속 GVC 재배치와 생존 해법

위에서 논한 통상환경 변화가 의미하는 바는 결국은 한국의 GVC 공급망 재구성과 재배치 문제이다. 트럼프 1기 때는 중국만을 겨냥했기 때문에 동남아로의 리쇼어링(reshoring) 방식으로 미국에 수출하거나, 미국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며 한국은 이득을 보았다. 트럼프 2기에서는 거의 모든 국가가 관세 부과 대상이 되면서,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생산해서 어디에 팔 것인가’가 중요한 화두이다. 가령, 삼성은 이미 GVC 재배치를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멕시코가 여전히 중요한데 표면적으로는 높은 관세가 부과된 듯 보이지만, 미국이 아직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인정하고 있다. 즉, 품목에 따라 일정한 북미산 요건을 맞추면 멕시코에 대한 관세가 제로이다. 반면에 동남아산은 한국산보다 높은 관세로 대미 수출 경쟁에 불리해졌다. 이에 따라 동남아 제품을 EU로 돌리는 등의 GVC 재배치 전략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GVC 재구성과 시장 다각화를 생각해 볼 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최근 멕시코도 대중국 관세 상향을 언급하면서 자유무역 협정 비회원국에 대한 관세를 올릴 것을 예고하였고, 한국은 CPTPP 회원국이 아니라서 관세 인상 대상국에 해당한다. 멕시코는 대미 수출에서 중요한 입지국이기 때문에 CPTPP 가입이 중요하다. CPTPP는 현재 일본과 호주가 주도하고 있는데, 그동안 호주는 한국이 조속히 가입해 주기를 원했던 반면 일본은 유보적이었으나, 최근 입장 변화가 감지된 것으로 보인다. 그 배경에는 미국에 의한 지정학 질서의 교란도 있지만, 이에 추가하여 한일 간의 산업 구조가 과거에는 경쟁적 측면이 강했으나 이제 점점 보완성이 커지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일본의 경우, 반도체·가전·조선 등 조립 산업 몰락으로 한국의 최종 조립과 일본의 소부장 사이의 보완성이 부각되고, IT서비스 분야에서도 일본의 자체 빅테크 부재로 네이버의 라인 등 외국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개방성이 높다. 이미 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제조업은 많이 자유화되었으나, 서비스 등 보다 광범위한 차원에서 보완성을 더 활용할 여지가 있다. 따라서 CPTPP 혹은 한·일, 한·중·일 FTA 체결로 새 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새로운 중국 활용법 모색이 필요하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었으나, 최근 몇 년간 총수출액은 감소 경향이다. 이런 변화는 첫째, 중국기업의 경쟁력 상승, 둘째, 중국이 수입하던 중간재를 자국산화, 셋째, 대미 수출 감소로 대한국 수입 수요의 감세 등에 기인한 것이다. 새로운 중국 활용법의 힌트는 테슬라가 Made in China 제품을 한국 등 제3국의 시장에 수출하는 방식이다. 기아차도 중국 시장 경쟁에서 밀리자, 중국산 차량을 제3국에 수출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LG는 중국과 공동개발 및 생산 후 LG 브랜드로 제3국에 수출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런 새 시도들은 새로운 중국 활용법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3대 산업 공동화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 모색

장기적으로는 3가지 산업 공동화에 따른 한국 기업의 향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3대 공동화란, 첫째 미국발 공동화로서 미국의 관세 장벽으로 미국 내 생산 물량 증대와 한국 생산 물량 축소라는 공동화이다. 두번째는 중국의 내수 침체로 공급 과잉된 철강, 석유화학 등 저가 물량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정부는 긴급 상계관세, 환경 규제, 혹은 대응 보조금 지원 등으로 대응하여야 한다. 세번째는 국내발 공동화로 각종 규제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공동화 현상이다. 최근에는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 등이 추가되었다. 새 이슈는 산업의 공동화를 넘어서는 기업의 공동화이다. 한국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해외공장을 하더라도 자기소유이고 그래서 결국 다 자기가 스스로 만드는 체제에서 변화해, 이제는 미국 나이키 방식으로 한국에서는 디자인만 하고 외국 기업에 위탁하여 생산하는 비즈니스 모델로의 변화 가능성이다. 즉, 내재 완결형 한국형 기업이 외주형 미국식 기업으로 바뀌는 것이다. 고도의 자동화 디지털화로 직접고용과 하청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공동화되는 것도 예상된다. 기존 서구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들을 기초로 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한국경제와 국내 고용에 유리한 방식으로 이러한 공동화 상황에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국민경제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요약하면 단기적으로는 EU 시장으로의 다각화, 중기적으로는 CPTPP 가입을 포함한 새로운 GVC 구축 및 배치 그리고, 새로운 일본 및 중국 재활용법, 장기적으로는 공동화 시나리오 하에서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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