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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정책 포커스] 국가전략은 시대진단, 미래구상의 처방이다 : 싱크탱크 전략연구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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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정책 포커스] 국가전략은 시대진단, 미래구상의 처방이다 : 싱크탱크 전략연구의 세계 대표이미지
  • 발행기관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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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



대전환기의 세계,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국가전략 기획은 국가와 공동체의 화두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필요로 하는 국가전략은 무엇인가? 국가전략의 원동력이 될 소프트파워 역량을 담당한 대한민국의 국책연구기관과 싱크탱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커다란 물음의 답을 얻기 위해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을 만났다. 김기정 원장은 국제관계에 관한 학술적 연구와 실천적 참여를 균형 있게 수행해온 국제정치 석학이다. 한반도 및 외교 전략 등 종합 외교 안보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세계전략연구회 위원장으로서 대한민국 미래 세대를 위한 국가전략을 종합적·선도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김기정 원장은 현시대를 ‘대전환기의 시대’로 진단하고 내적으로는 포용 사회, 외적으로는 외유내강을 국가전략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국책연구기관에는 아카데믹 커뮤니티와 정책 실천 그룹 간 가교 역할을 할 것을 제안하며, 연구자에게는 냉철한 진단과 열정적 처방을 할 수 있는 ‘그 시대를 위한 사람’이 될 것을 조언했다.

이번 인터뷰는 2021년 9월 24일(금)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회의실에서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의 진행으로 실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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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왼쪽)과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오른쪽)


홍일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으로 작년 10월에 취임하셨는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국가의 미래 정책과 전략, 안보를 주요 주제로 다룬다. 공공영역에서 국가안보를 다루는 연구기관으로는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을 비롯해 통일연구원, 국립외교원, 국방과학연구소가 있다. 이 네 기관은 ‘전략 연구 커뮤니티’라는 이름 아래 합동으로 포럼도 하고, 연구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다.


홍일표

싱크탱크는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연구기관’이라는 광의의 정의가 가능하고, 그를 위한 수단은 기관마다 또는 국가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정책적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어떠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지 설명을 부탁드린다.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연구 주제라 할 수 있는 국가안보 전략에서 전략은 정책보다 상위 개념이다. 정책적 아이디어와 기본 방향, 시행 방안을 포괄하는 개념으로서 전략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책의 기획 단계에서는 주로 정부 부처가 주도권을 가지게 되는데, 그 시점에 이러한 전략 연구가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를 정부 부처에 제공하는 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책 집행 단계에서는 그 정책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어떤 방향이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일종의 담론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국가 간 정상회담과 같은 이벤트나 국가원수의 외교 선언 같은 정책 어젠다 이후 이에 대한 시대적 의미 해석과 평가, 전략적 상상을 더한 미래지향적 발전 방안 모색 등은 상시 업무에 바쁜 행정 부처보다 중장기적 시각에서 전략을 연구하는 연구원들의 몫일 것이다.

정책의 피드백 단계에서는 연구원의 역할이 더 커진다. 정부가 정책 현안을 다루는 데 대해 어떠한 전략적 구상이 좋을지 큰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원의 성과, 아이디어를 이슈 브리프와 연구보고서, 에세이 형식의 전략 노트 발간, 홈페이지 게시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국민과 정부 및 외국 싱크탱크에 전달하고 있다.


홍일표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현재를 ‘대전환기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인공지능과 로봇’, ‘난민과 이주’, ‘미·중 패권 경쟁’, ‘극단적 포퓰리즘’ 등 어느 하나 간단한 문제가 없는 것 같다. 현시대를 어떻게 규정 또는 진단하시는가?


김기정

나 역시 현재가 ‘대전환기의 시기’임에 동감한다. 변화와 지속성이 경합하며 역사를 만들어가는 데 변화의 동력이 크면 역사의 변화로 이어지게 된다. 지금까지 역사에 전환이 아니었던 시기는 없는데 왜 대전환기라 할까? 오늘날을 대전환기라 하는 건 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근본적 사회과학적 질문을 던지고, 이제 우리는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일례가 국경 문제다. 국경은 인간이 만든 제도적 장치인데, 바이러스는 국경을 쉽게 넘어버린다. 인간이 정치적으로 판단한 것과는 상관없이 큰 위기가 닥친 것이다. 이는 국가가 문제인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의 정치적 결정이란 무엇인가? 전쟁을 준비해 평화를 조성하는 게 국가가 제공해야 할 안전으로 생각했는데, 이제 국가 안에서 안전한 삶을 누린다는 것은 무엇인가? 국가는 국민을 위한 정치적 조직인데, 국가의 기능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받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던져진 질문은 사회적 공공성, 시민성은 무엇인가의 화두다. 시민사회의 시민성을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이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하고, 포스트 코로나19를 염두에 두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상은 매우 변해 있을 것이다.


홍일표

시대 규정과 문제 진단이 이뤄진다면 ‘처방’ 또는 ‘해법’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처방과 해법은 단일할수 없고 여러 측면과 층위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특히 국가전략 차원의 처방은 국제적·국내적 고민을 동시에 해야하고, 비단 외교 안보 측면뿐만 아니라 훨씬 더 복합적·종합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어려울 것 같다. 원장님이 생각하는 ‘대한민국 국가전략’의 요체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김기정

오늘날 포스트모던 시대의 국가는 민족국가 형태가 중심이 되어 탄생했고, 현재는 그 기능이 쇠퇴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국가가 지금과 같은 민족국가 형태로 이어질지 단언할 수는 없으나, 국가는 기업보다 훨씬 오랜 내구성을 가지고 있어 국가가 쇠퇴할 것이라고 단순히 결론 내리기는 힘들다. 우리는 민족국가의 약화라는 포스터모던의 입구에 서 있지만, 상당 부분은 국가라는 정치적 조직과의 관련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963년 아메리칸 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우드로 윌슨 교수의 말을 인용해 “모든 젊은이는 그 시대를 위한 사람, 국가를 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Every man sent out from a university should be a man of his nation as well as a man of his time)”고 말했다. 이러한 생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국가전략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 주요 관점일 것이다.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찾는 것은 시대의 독해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어디쯤 와 있는가? 어떤 경로로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 대한민국이라는 정치적 조직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을 독해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전략은 다소 이상적 성격을 띨 수도 있다. 현상과 이상은 늘 부딪치고 경합하고 싸움을 벌인다. 전략을 모색하는 사람은 경합의 속도, 이전 시대로부터 유지되는 관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포용사회의 담론이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지금보다 더욱 안전한 나라, 강한 나라, 관용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에서 사회공동체에 관한 문제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동시에 새로운 대한민국의 위상을 표출하는 것은 외교에 관한 영역이다.

세계 선도국, 신흥국과 같이 세계 속 새로운 위상을 위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외교 안보와 남북 관계 영역에서 대한민국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전략으로 외유내강을 말씀드리고 싶다. 외세에 침략당할 만큼 약소국이 되지 않도록 강해야 하는 동시에 외부에 대해서는 평화와 같은 보편적 가치를 지향해 한국의 평화를 위한 노력이 지역을 더욱 평화롭게 할 수 있다는 선순환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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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표

원장님이 또는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 싱크탱크가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런 싱크탱크가 제시하는 국가전략 가운데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갖고 봐야 할 제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기정

특별히 주목하는 싱크탱크에 대해서는 콕 집어 말씀드리기 어렵다. 다만 외국의 싱크탱크가 연구보고서를 내고 연구 활동을 벌이는 데 대해 이를 단순하게 참고할 수도 있지만, 그 싱크탱크의 관심사를 추적해보자고 하는 편이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을 우리가 읽고 있다’, ‘당신들의 시대 독해를 우리가 독해하고 있다’는 의도를 가지고 외국의 싱크탱크를 들여다보자고 연구원들에게 얘기하고 있다.

국가의 싱크탱크는 그 시대에 국가가 당면한 문제를 주제로 다룬다. ‘국가이익이 무엇인가’, ‘세계 속 영향력의 범위는 어떠해야 하는가’와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연구주제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미국만큼은 관심이 없다. 미국은 세계를 경영하므로 당면한 문제의 범위가 훨씬 넓다. 동시대에 어떤 지역적 관심을 가지느냐는 국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국가가 그 시대에 어떤 전략을 목표로 무엇을 추진하는 것이 자국의 이익에 맞는지는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이다. 국가이익이라는 것은 가변적이다. 주관적 판단에 따라 국가이익은 다르게 규정된다.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대해 미국의 여러 싱크탱크가 가진 관점은 각각 다르다. 국익에 대한 관점이 달라 각각 다른 해법이 나오는 것이다.

특정 국가의 특정 연구소가 연구를 잘한다고 주목하기는 힘들지만, 우리 연구원은 10개국의 14개 연구기관과 업무 협약을 맺고 있다. 주로 한반도 평화 문제에 관심을 가진 외국 싱크탱크와 의견을 나눈다. 어떤 주제로 책까지 함께 내는 경우는 대단히 드물고, 전략 대화라는 명칭의 세미나를 함께 열고 있다.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화상회의로 개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연구원이 닮고 싶은 싱크탱크를 꼽자면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 SIPRI)다. 공공성과 객관성의 기치 아래 세계정치에 대해 세계 군사력 비교 같은 좋은 통계자료를 생산하고 있다. 평화를 위한 전략을 전문적으로 연구해 명성을 얻고 있는데,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 같은 싱크탱크가 한국에서도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홍일표

미래 세대를 위해 해야 하는 아카데믹한 작업에는 학술 연구와 정책 연구, 두 축이 있다. 학술 연구 영역과 구분되는 정책 연구 시장은 일정한 긴장이 있기도 하다. 한국은 학술 연구에 비해 정책 연구 영역이 미국과 비교해서도 그렇고 더욱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책 연구를 수행하는 데 있어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은 민간의 싱크탱크와 차별화되는 역할을 요구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가전략을 새롭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국책연구기관은 무엇을 보완하고 발전시켜야 할지 제언과 조언을 종합적으로 부탁드린다.


김기정

학술 연구와 정책 연구의 관계는 오랫동안 고민해온 주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다른 나라에서도 아카데믹 커뮤니티와 정책의 실천 그룹(practioner) 사이에는 간극(gap)이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알렉산더 조지는 ‘Bridging the Gap’이라는 용어를 썼다. 그룹 사이의 가교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자가 담당한 영역은 이론이고 정책 집행자가 담당한 영역은 정책인데, 알렉산더 조지는 그 가교의 역할로 전략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연구를 하더라도 전략에 관련된 것을 하고, 이론적 영역에서 성과가 나오면 이를 전략적인 것으로 확장해야 한다. 전략적 지향점을 많은 사람이 공유하면 담론이 되고, 담론에서 정책이 나와 실행되면 실천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전략이라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 시대를 위한 사람(man of his time)’이 되기 위해 해야 하는 고민은 바로 진단과 처방이다. 좌표를 잘 진단해야 처방을 제대로 할 수 있는데, 진단은 분석이고 처방은 규범적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전망은 무덤덤한 관찰이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처방에는 의지가 더해져야 한다. 의사가 환자를 진단할 때 냉철해야 하지만, 병을 어떻게 고칠지에 관한 처방은 열정적이어야 하는 것과 같다

전략을 공부한다는 건 기본적으로 ‘그 시대를 위한 사람’, 즉 국가를 위한 인재가 되겠다는 것이다. 전략 공부는 사적 영역이 아니라 공적 영역이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소관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자는 모두 나름 독해와 처방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공적 비전(public vision)이 요구된다. 우리가 어디쯤 와있는지 냉철하게 판단하고, 어떤 나라가 되면 좋겠다는 열정 어린 비전이 있어야 한다.

국책연구기관과 정부의 연계는 애매한 문제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관연구기관의 큰 고민은 ‘정부 위에 있는 정권의 정치적 목표와 어떻게 조우해나갈 것인가’일 것이다. 정권에 의한 정치적 결정에 대해 국책연구기관들이 어느 정도 조언할 것인가, 어느 정도 연구 자율성을 가질 것인가에 관한 적절한 균형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평가 기준이 전략 연구를 하는 연구기관의 특성을 충분히 살려주는 방식으로 마련되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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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국책연구기관이 어떠한 역할을 더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오늘 말씀 내용이 그러한 고민에 좋은 자양분이 되리라 생각한다. 오랜 시간 인터뷰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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