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정책 포커스] 특집 특별좌담 - 저출산·축소사회 시대, 인구 위기 극복 해법
- 국가비전과 전략연구
- 위원회 및 연구단
- 일자 2023년 06월 22일
- 발행기관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
- 연구자문명재 NRC 국가전략연구위원회 위원장, 홍석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원장,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주요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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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문명재 NRC 국가전략연구위원회 위원장(연세대학교 교수) • 패널 홍석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원장,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22년 합계출산율 0.78명이라는 충격적인 숫자 앞에서 대한민국의 인구 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저출산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결혼 기피 현상으로 혼인인구가 줄고 있으며, 동시에 고령화도 심화하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출산율 회복과 인구증가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과 함께 저출산 극복을 위한 사회 인식 개선에 힘써 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저출산 문제의 원인과 향후 인구구조 변화가 가져올 미래를 진단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특별 좌담을 마련했다. |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유독 낮은 이유
문명재 NRC 국가전략연구위원회 위원장 (이하 문명재) 2005년 이래 본격적인 저출 산 대책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저출산 현상(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를 장기간 지속)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78명을 기록했다. 다른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유독 낮은 이유와 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홍석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이하 홍석철) 저출산 문제는 한국 사회가 지닌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가 집약적으로 나타난 사회 현상이다. 출산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나라들에 비해 사회·경제적 환경이 열악하고, 정책적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저출산 문제의 근본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출산과 결혼의 기회비용이 매우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양육·돌봄 지원 정책이 확대되어 왔지만 현실적인 수요에 비해 여전히 미흡한 측면이 있다. 둘째, 경쟁적인 사회 구조의 문제다. 사회 구조가 경쟁적이다 보니 결혼과 출산을 생각할 만한 여유와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가족과 공동체의 가치가 약화하고 있는 점이다. 효과적인 저출산 대응을 위해서는 주요 원인 해소에 정책을 집중할 필요가 있지만, 그동안 정책 목표와 범위가 모호했다.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경우 모든 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저출산 문제를 넘어 폭넓고 다양한 정책들로 구성됐다는 한계를 지녔다. 많은 예산을 쓰고도 왜 출산율이 개선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많은데 저출산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예산은 많지 않다. 이런 점들이 한계라고 생각한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원장 (이하 이인실) 합계출산율 0.78이라는 수치는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우리 연구원에서도 젊은 층을 상대로 출산율이 낮은 이유를 조사해봤다. 조사 결과 비싼 사교육비, 부동산 문제, 일자리 부족 등의 요인을 꼽는 이들이 많았다. 최근 세계적인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 교수를 초빙해 강연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한 학생이 콜 먼 교수에게 “자신이 왜 결혼해야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하느냐?”라고 질문을 하더라. 이를 보면서 매우 근본적인 질문부터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인구 통계를 보면 한국만의 특징이 몇 가지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비혼 출산율은 OECD 국가들에 비해 크게 낮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유리천장지수도 11년째 꼴찌를 기록하고 있고, 세계경제포럼의 젠더 격차 지수도 하위권에 있다. 20대 여성 고용률이 증가하면서 결혼과 출산, 양육에 대한 기회비용이 높아졌다. 인구 문제는 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영역이 얽힌 문제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이를 통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이하 최슬기) 여성의 사회 진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많은 나라들이 출산율 하락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소위 일·가정 양립 문제가 잘 해결되면 그래도 출산율이 덜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우리 사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청년 여성들은 일을 선택하면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게 되고, 아이를 갖게 되면 일을 계속하기 어려워진다.
저출산이라 하면 합계출산율 2.1 미만인 상태를 의미한다. 그렇다고 저출산 정책의 목표를 다시 합계출산율 2.1 수준으로 올리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게 설정하면 저출산 정책을 포기하게 된다. 당장은 지금의 저출산 추세를 반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저출산 정책의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았던 이유는 어떤 경우에 정책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수반되지 못했기 때문도 있다. 그런 점에서 과감성과 효과성에 대한 고민이 수반돼야 지금의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구감소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
문명재 초저출산 현상이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사회·경제시스템의 축소, 나아가 붕괴 또는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인구 위기가 지속될 경우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를 초래하리라고 보나.
홍석철 2021년부터 인구감소가 본격화하면서 소위 축소사회로 전환했다. 축소사회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점이 사회·경제 위기로 전이되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다. 매년 30만~50만 명의 경제활동인구가 줄고 있다. 적극적인 생산연령인구가 25세부터 29세라고 하면 향후 10년 내 부산광역시 인구수 정도인 320만 명 정도가 줄어든다. 경제활동인구와 생산연령인구가 줄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계속해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해외 신용평가기관들도 우리나라의 인구 문제, 특히 경제활동인구의 감소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의 변화는 고령인구에 대한 돌봄 인력을 어떻게 확충하느냐 하는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학령인구감소에 따른 학교 기능 저하, 군 병력 감소에 따른 국가 안보 문제, 수도권 밀집 현상에 따른 지방소멸 심화 등의 문제도 있다. 이런 문제들은 출산율 극복으로 곧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인실 우리가 흔히 ‘예정된 미래’라고 하듯이 미래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10~20년 후 인구 문제는 어떻게 될까. 너무나도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앞서 교육, 고령화, 군 병력, 수도권 집중 등을 전반적으로 짚어주셨는데 계속 그러한 추세로 갈 것이냐,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를테면 정부가 검토 중인 이민청 설립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외국인 인력을 받아들인다거나 인공지능(AI) 기술,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등을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할 방안을 모색하면서 인구 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인구 위기를 피할 수 없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충격을 줄여가면서 감당할 것인가 하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
최슬기 1970년대 초반까지 한 해 출생아가 100만 명에 달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60만 명, 40만 명 수준으로 떨어지고 최근 몇 년 사이 20만 명대로 급감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렇듯 인구구조가 급변하는 시기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과거에 인구는 충분하거나 오히려 많은 것이 문제였다. 이에 맞춰 각종 인프라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확충하는 일이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도 문제라고 느끼기 어려웠다. 최근 들어 질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더 많은 대학 교육이 중요했던 상황이 반전되어, 이제는 입학정원 대규모 미달 사태가 나타났다. 어린이집 시설을 늘려오다가, 어느 순간 폐원하는 어린이집이 늘고 있다. 앞으로는 이런 문제들이 곳곳에서 발생하게 될 것이다. 기존 인구 규모에 맞춰 만들어진 시스템을 앞으로 어떻게 바꿔 나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준비해 나가야 한다. 쉽지 않은 문제이다. 하지만 해결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인구감소로 곧 병역자원이 부족해진다. 이 문제는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꿔야 하는가 하는 논의 차원을 넘어선다. 요즘 한 해 태어난 청년 남성들이 10여만 명이다. 앞으로 군이 얼마나 이들을 보유할 수 있겠나? 경제활동을 포함해서 다른 역할을 해야 할 인구도 부족할 상황이다. 좀 더 큰 범위에서 창의적인 답을 찾아야 한다.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을 위한 고민